Oneshot: 새벽 3시

“할머니…”

어떤 꼬맹이가 내 소매를 움켜쥐고 있었다. 어느새 나도 모르게. 그렇게 취했었나?

“할머니이이이…”

“난 니 할머니가 아녀…”

젠장.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군. 역시 취했어.

신대방역 새벽3시에 이러고 있는 꼬라지란.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.

그 웃음이 좋았는지 꼬마의 입가에도 미소가 헤에- 하고 퍼진다. 꼴보기 싫다. 누구는 만취해서 길거리에 잠들었던 상태인데 웃는 모습이라니. 갑자기 화가 치밀어오르고 난 그 꼬마의 꾀죄죄한 멱살을 잡는다. “야, 잘 들어, 이 쐐끼야. 난 할망구가 아니라구. 그니까 좋은 말 할때 꺼져.” 난 윽박지른다. 평상시에 그렇게 거칠한 표현을 쓰는 놈은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.

어쨌든 욕하니까 기분이 좋다.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. 마치 해장국을 원샷한 느낌이랄까.

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. 그 꼬맹이가 우는 모습을 보니까 내 눈시울도 절로 붉어진다. 술이 들어가면  육체적 본능을 억제 할수 없다더니 사실인가 보다.

“야.” 그의 등을 탁 건드린다. 곧 울음을 멈추면서 나를 쳐다본다. 그리 슬펐던건 아니었나 보다. 다행이다. 누런 이빨이 내보이게끔 배시시 웃음을 날리면서 머리를 긁적인다.

“…너, 집 있냐?”

“할머니집.”

“할머니는 어디있는데?”

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. “몰라. 나갔어.”

“그럼 돌아가야지. 새벽에 뭐하는 짓이야.”

“돌아가기 싫어.”

순간 멈칫한다. 아니, 멀쩡한 집 놔두고 돌아가기 싫다니. “야, 집이란 소중한 거야. 나도 너처럼 돌아갈 수 있는 집 한채 있었으면 좋겠다, 새끼야.” 나름 진지하게, 나는 그렇게 이야기했다.

하지만 그는 그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. “무섭단 말이야.”

그렇게 말해 놓고서 날 유심히 관찰한다. 동물원에 있는 희귀동물 마냥.

“…왜 째려봐? 뭐 묻었어?”

“형은 집 있어?”

“…알아서 뭐하게.”

“밥 줘.”

나 모르게 풋하고 웃음이 나온다. 순간 아차 싶었지만 그 꼬마는 그대로 날 관찰하고 있다. 밥이 진짜 먹고 싶었나 보다. “밥 줄까?”

끄덕거린다. 그리고 긁는다. 이제 보니까 손이 가만히 있질 않는다.

“형이 햄버거 사줄까?”

“떠…떡볶이 사줘.”

난 너덜너덜한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난다. “알았어. 사줄께.”

아직 술이 깨지 않아서 마음속으로는 해장국을 들이마시고 싶었지만 잘됬다 싶었다.

매우면 됐지, 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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